빨리 취하는 사람은 간도 작을까?
간이 안좋으면 얼굴빛이 변하나?
‘술이 약한 것은 간이 작기 때문이라고?’ ‘술에 취했을 땐 간 건강음료를 마셔라?’ 간에 얽힌 각종 속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그 궁금증을 문답풀이로 풀어본다.
▲사람마다 간의 크기가 다르다?
- 일반적으로 키가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간도 크다. 남성의 평균 간은 14.5㎝, 여성은 13.5㎝로 남녀의 간 크기도 다르다. 간이 크다고 해서 술을 잘 마시는 건 아니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은 알코올 분해 효소인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많은 덕분이다. 하지만 이 효소는 과음이 잦을수록 빠르게 고갈되므로 ‘주량’을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동물의 간을 먹으면 정말 간 건강에 좋을까?
- 동물의 간에는 간을 튼튼하게 만드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하지만 동물의 간을 날것으로 먹으면 기생충이 몸속으로 들어와 간 질환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신선한 것만 섭취하거나 삶아 먹는 편이 낫다. <동의보감>에는 동물의 간을 오히려 눈병을 고치는 데 썼다고 기록돼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간 건강음료, 도움이 될까?
- 효과가 있다. 시판되는 간 건강음료에는 헛개나무의 열매와 엉겅퀴의 일종인 밀크시슬에서 추출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 성분이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그 효능을 인정했다. 실제 한방에서도 헛개나무 열매는 ‘지구자’라고 불리며 알코올성 간 질환에 처방됐다. 하지만 헛개나무 열매를 지나치게 섭취하면 흡수과정에서 간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밀크시슬 성분도 과하게 섭취할 경우 설사를 일으키므로 주의하자.
▲간이 안 좋으면 얼굴빛이 어두워진다?
- 간 질환을 앓는 경우 얼굴빛이 변한다. 이때 영향을 끼치는 성분은 누런빛을 띠는 ‘빌리루빈’이라는 물질. 간기능이 정상일 경우에는 빌리루빈이 정상적으로 해독되지만, 간 질환을 앓으면 몸에 그대로 남아 황달 증상이 생긴다. 알코올성 간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멜라닌 색소가 피부에 과하게 분비돼 얼굴이 검게 보일 수 있다. 평소에 음주를 즐기는 사람인데 얼굴빛이 갑자기 변했다면 간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간은 해독작용만 할까?
- 간이 해독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널리 퍼진 사실. 간은 몸에 들어온 각종 약물과 술 등 독소를 분해하고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피부약과 술을 같이 먹지 말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피부병에 주로 쓰이는 향진균제는 간에서 해독을 맡는데, 술과 약이 함께 들어오면 간에 과부하가 걸린다.
간은 이 밖에도 장(腸)에서 흡수된 영양소를 저장해 몸 곳곳에 전달하고, 호르몬을 분해하는 역할도 한다. 간혹 간경변증 환자에게서 저혈당이 나타나는 건 간이 인슐린을 제때 분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담즙을 만들고, 장을 통해 들어온 각종 세균의 99%를 죽이는 필터 기능도 하는 간은 우리 몸의 ‘컨트롤타워(관제탑)’다.
◇도움말=고석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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