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해. 올해 달력이 한장밖에 남지 않았다. 연말이 닥치면 송년회 등 잦은 술자리가 불가피하다. 이맘때 자주 먹으면 좋은 농산물이 있다. 바로 밭에서 나는 보약 ‘무’다. 흔히 무는 김치 재료 정도로만 여기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밭에서 나는 산삼이라고도 불리는 무는 ‘무를 수확하는 한달간은 한의원이 문을 닫는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

특히 무는 숙취해소·니코틴 해독·소화촉진 등의 기능을 해 송년회의 시즌에 딱 어울리는 채소라 할 수 있다.



　◆숙취해소에 제격=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사람들과 한잔 두잔 기울이다 보면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게 된다.

　무에 들어 있는 아밀라아제 성분은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몸 밖으로 배출해준다. 또 간 기능을 도와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를 촉진하고, 구토가 나올 만큼 속이 울렁거릴 때 무와 생강을 함께 간 무생강즙을 먹으면 진정된다. 과음은 대장염을 불러오는데, 무가 이 질환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성미정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무 등 십자화과 채소에 함유된 알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대장에 생긴 염증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다.



　◆담배 해독 효과도=담배가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는 한대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그래서 송년회가 잦은 연말이면 흡연량이 크게 늘어난다. 물론 금연을 해야겠지만, 당장 실천하기 어렵다면 대신 무를 자주 섭취하는 게 좋다.

　해독작용이 뛰어난 무는 담배의 유해성분인 니코틴을 중화하고 폐 등 기관지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도 ‘무가 오장의 나쁜 기운을 씻어내고 폐가 위축되어 피를 토하는 것과 여윈 것, 기침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쓰여 있다.

　게다가 무는 폐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항암성분인 글루코시놀레이트와 몸속에서 비타민A로 변하는 베타카로틴이 많아서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채소를 먹으면 폐암 발생률이 20~30%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단, 베타카로틴을 농산물이 아닌 종합비타민제와 같은 보충제 형태로 섭취하면 오히려 폐암 발생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소화불량 해결사=무에는 디아스타제·프로테아제·리파아제 등 각종 소화효소가 다량 함유돼 있다. 이에 옛 선조들은 속이 더부룩하면 무를 먹었다. 과식하기 쉬운 송년회 자리에서 무를 가까이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디아스타제는 탄수화물 분해 효과가 뛰어나고 손상된 위 점막을 복구하는 역할도 한다. 더불어 프로테아제는 단백질을, 리파아제는 지방을 분해한다.

　고단백 음식인 고기·생선회 등을 먹더라도 무를 곁들이면 다음날 속이 편안하다. 이밖에 무에는 발암물질을 억제하는 소화효소인 옥시다아제도 풍부하다.

채원병 농촌진흥청 채소과 연구사는 “무에는 소화효소뿐만 아니라 장운동과 배변을 도와주는 식이섬유소도 많이 들어 있다”면서 “특히 11~12월 제철에 수확한 것이 가장 맛있고 영양도 풍부하다”고 강조했다.